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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8 변절자와 전향자(convert)를 구별하는 법 [리바이벌 V]
공상 속에서2012. 8. 1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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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계속 어려운 일을 하나 하고 있다. 10년도 넘은 글들을 통해 나를 심판하는 작업이다. 흔히 밤새 쓴 편지나 일기를 다음 날 아침 찢어버리고픈 정신 역학을 감안한다면, 이 10년도 넘은 텍스트는 나의 심판주다. 리바이벌 다섯 번째] 

The Conversion of Saint Paul, by the Italian painter Caravaggio

공산주의가 무너졌을 때 민주주의의 승리인 줄 알았지만 승리자는 자본주의였고, 그런 자본주의가 다시 붕괴되면서 진정한 승리자는 어떤 체제가 아닌 언론과 미디어임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여론=언론”이라던 등식이 이젠 전혀 배치된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서 진정한 최후의 승자는 미디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디어라고 하는 매개체 그 자신은 이미 통제 불능에 빠져 미디어에 순응하는 악인은 순간에 의인이 될 수 있으며 불응하는 의인은 순간 악인도 된다. 살아있는 생물인 것이다.

미디어가 체제의 통제를 받던 때는 돈과 권력이 그 채널을 독점했지만 미디어 자신이 권력인 체제에서는 마음먹은 누구나가 채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값싸고 빠른 방법으로서 콘텐츠가 바로 우리가 흔히 안티(Anti)라고 부르는 형식이다.

안티라는 문화적 변이가 교회에도 유입되면서, 묻혀만 있던 교회와 목회자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소수를 가장한 집단의 권력화 일종이라는 점에서, 안티는 체제의 새로운 형식이다. 단지 그 집단을 특정 지을 수 없는 점만 종전과 다르다.

그런 가운데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속성에 빠진다는 것은 실로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자신이 몸담은 곳의 성직자에게까지 저항하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내부적 안티는 그렇게 금제 구역인 교회를 무차별 해부해 놓았다. 자, 이제 어떻게 봉합할 텐가? 홍길동처럼 교회에 산적한 비단을 퍼낼 텐가 쌀을 퍼낼 텐가? 안된 말이지만 자신 또한 권력화에 부응하는 문화적 변이로서 그들에게는 이 해부를 마무리 지을만한 능력이 없다.

어떤 면에서 모세를 지탄하는 미리암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녀가 모세의 사욕만 못한 의를 지녔기에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니다. 흔히 모세의 권위가 미리암의 사사로운 의를 이겨서 라고 말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패러다임 자체를 파괴 하지 않으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대변한다. 모세 자신이 가나안에 들어가든 못들어 가든 그것은 우리의 소관이 아니라! 모세의 무수한 단점들이 노출되었지만 그래도 한 인간으로서 다른 모두보다 낫기에 이스라엘의 구심점이 되었던 것 아닌가?

교회와 성직자는 하늘의 별 같은 존재다. 그것은 계급의 높이로서 별이 아니라 길을 나선 나그네의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서 별이라는 점에서 그 높이에 위치한다. 그 별이 떨어진다면 무엇을 보고 길을 나서겠는가? (c.f. 요한계시록 6:13, 하늘의 별들이 무화가 나무가 대풍에 흔들려 선 과실이 떨어지는 것 같이 땅에 떨어지며...)

무엇보다도 이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이 노선 상에 지금 나는 없다. 어떠어떠한 상황이나 누군가를 옹호하려는 목적을 띠고 썼던 게 분명한 나의 이 곤혹스러운 글은 그 노선 상에 내가 없음을 심판한다. 도리어 이 텍스트가 지탄하고 배격하는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전혀 제3의 길목에 서 있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내가 혈육과도 의논하지 아니하고 나보다 먼저 된 자들을 만나려고 예루살렘으로도 가지 아니하고 오직 아라비아로 갔다가 다시 다메섹으로 돌아와 홀로 되었기 때문이다. 美門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다메섹일 것이다. 전향자(convert)인 셈이다.


2001년 5월 25일자 텍스트 앞에서
나의 자아를 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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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talo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