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2014. 3. 4. 16:48

 

저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사실, 지난주 막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모 이런 쓰레기 같은 졸업식이 다 있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완전 잡쳐서 돌아왔습니다.


10여분이나 늦게 시작한 졸업식, 아마도 중요한 내빈이 늦어 그런 눈치였는데, 가뜩이나 늦게 시작한 졸업식 초반부를 무려 20여분이나 시상으로 채웠습니다. 시의원 상, 국회의원 상.., 시상식은 상 받는 애들보다는 상을 주는 저 사람들을 위한 시간임이 역력-.

그러더니 운영위 총책인 듯한 자가 인사말 하다 말고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 교장 선생님 위해서 기립 박수할까요?”
(썰렁)

이보다 더 불쾌한 것은 좌석 배치였습니다. [학생1인+가족1인]을 앞쪽에 나열시키고 나머지 가족은 뒤와 옆에 도열시킨 의도까지는 좋았는데, 군데군데 이가 빠진 듯한 빈자리가 보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졸업식에 아무도 데려올 수 없는 학생들도 꽤 된다는 사실을 학교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러기에 약 1시간 반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홀로 앉은 학생들 곁에 와 들여다보는 선생이 단 한 명도 없었겠지.

우리 애는 엄마, 아빠뿐 아니라 오빠에 고모까지 참석한 덕택에 풍성한 졸업식을 누릴 수 있었으나 우리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남자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30분 정도를 앉아 있다가는 도저히 못 참겠던지, 강당 마룻바닥에 침을 찍- 뱉고는 아예 의자를 뒤로 돌려놓고 앉아 잡담을 시작했습니다.

한 2-3분이 지나자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던지 졸업장을 자기 발아래 툭 던져 놓고는 그것을 짓밟으며 졸업식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야- 요즘 초등학생 저렇게 쎄구나~ 하는 생각에 그 녀석 발 언저리를 한 컷 찍다가는 ‘내가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아이 곁 빈 의자로 성큼성큼 가서는 앉았습니다.

나를 째려보는 그 녀석 눈을 같이 마주보면서 떨어져 있는 졸업장을 주워들고 흙발로 밟힌 그 부분을 일부러 맨손으로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보라는 듯이 맨손으로 싹싹 닦고, 구겨진 졸업장을 펴서는 꽂아주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침 뱉고 졸업장 짓밟는 그 행동이 혼자 앉아있기 창피한 그 아이로서는 아마, 그 창피함을 무마하려는 최선의 자존감 행동이었을 겁니다.

졸업장을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나이 되면 이게 엄청나게 소중한 것이 되거든. 절대 버리지마? 약속.”
분노에 찬 그 눈빛의 녀석과 약지를 걸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졸업식 마지막 순서도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 순서는 5학년 여학생 몇 명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놓고 성인 춤을 추는 순서였습니다.
그게 이 졸업식의 끝이었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졸업식은 살다 살다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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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2014. 2. 4. 05:07

 

저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구정 명절, 처가에 방문해 뭘 좀 살 게 있어 동네에 나갔다가... 

저 간판들 중 특이한 점은?


교회가 10미터 간격으로 있습니다.

반석교회, 예수평강교회, 두드림교회...


수효가 많아진 관계로 전혀 신비롭지도, 당위적이지도 않아 보이는 교회 숲.


바울이 누비고 다니던 헬라 세계는 오늘날 카페처럼 많은 게 신전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은 카페보다 많은 게 교회 입니다.


기독교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왜 교회는 많은가.

불교와 카톨릭의 신자 수는 늘고 사제가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기독교는 신자 수는 줄고 있고 사제 수는 늘어나고 있는 통계에 요인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하기사 나까지 포함하면...

이것이 재앙의 요인이라기 보다는 엇따 쓰실 데가 있으셔서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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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2013. 10. 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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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주로 인문학 강의를 하다보니, 굳이 선입견을 불러 일으킬 필요도 없고 해서,

목사라는 건 안 밝히고 실라버스 프로파일에 <철학박사>라고만 해서 내보내면,

학기 초에 학생들이 나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교수님, 혹시 운명ㆍ운세도 볼 줄 아시나요?"

(속으로'그럼 어떠케 목산데~')

"네 볼 줄 압니다~"

...라고 답 할 수밖에~ㅎ


(이미지: 오늘 오전에 길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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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2012. 10. 1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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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것을 캡춰해 모아 영상으로 보려고 했는데 벌써 자라버렸다. 너무 빨라서 못보았는가 너무 느려서 못보았는가. 


씨앗을 흙에 넣고 잎이 되기까지는 약 2주에서 3주가 걸린다. 자라나는 것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을법한 속도다. 그렇지만 그것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자라나는 과정은 목격할 수 없다. 자라난 잎을 볼 뿐이지 그 과정은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시각(視覺)은 아주 빠르거나 아주 느린 것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쉐키나(שכינה)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얼른 시지각으로 넘어오지 않는 것은 아주 빠르거나 느린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존재는 아주 빠르거나 느린 것이며, 아주 빠르거나 느린 것은 대부분 존재하는 것들이다. 기도의 주고받음의 원리가 이러하며, 생명 또한 이런 방식으로 공급되고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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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2012. 9. 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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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힌트를 얻었는 지 갑자기

이것 저것 쭈욱 늘어놓고는 

끊어지는 동작들을 찍어 달라고 해

찍어줬더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네요-

시키는 대로 165컷이나 찍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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