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속에서2012. 8. 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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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트맨 시리즈는 하도 여러 종류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각 편의 스토리와 악당들이 온통 뒤엉켜 누가 어디 나왔었는지 기억하기도 쉽지 않지만, 히스레져(Heath Ledge)라는 탁월한 배우가 나왔던 편과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는 명확하게 같은 영화다. 시리즈로 연결되어서가 아니라 <어둠의 원리>에 관하여 같은 개념을 갖는 대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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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히스레져의 연기는 선과 악의 혼재에 관하여 더할 나위 없는 표현을 했기에 상술에 젖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차라리 낫다. “어떤 것이 선이며 어떤 것이 악이냐, 선이 언제든 악이 될 수 있으며, 악에도 정당성은 있다”는 그의 대사가 가진 요지는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이 그 보다 더 구체적인 대사로써 이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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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에게 말하기를 “너는 어둠의 사역을 배반하고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 사역을 하노라”고 말하면서 그동안의 그 어떤 어둠의 세력보다도 강력한 힘을 드러낸다. 그 폭력성에서 우월한 게 아니라 ‘어둠’의 본성을 따르기에 지금까지 그 어떤 악보다 강한 것이다.

너는 어둠을 이용하지만 나는 어둠 그 자체다

그에 반해 약해빠진 영웅으로 전락한 배트맨은 그의 폭력 앞에 무너지기 이전에 정신과 정체성 면에서 압도당한다. 그는 어둠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위기의 순간 배트맨의 공격 주특기 수순에 따라 모든 불빛을 꺼버리고 - 배트(맨)이기에 - 그림자같이 나타나 적을 제압하려고 하는데 악당 베인은 그런 속임수가 자신에게는 안 통한다고 말한다. 배트맨을 향해 “너는 어둠을 이용하지만 나는 어둠 그 자체다” 라면서 불빛 없는 어둠 속에서도 그를 찾아내 흠씬 두들겨 팬다.

모든 시각의 대상은 <색>이다. 색의 가현 원리는 “투명한 것”을 움직여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것이 그들이 지닌 본성이다. 즉 빛 없이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 투명한 것의 작용을 잘 나타내준다. 그러면 투명은 존재 하는 것인가 존재 하지 않는 것인가?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투명한 것>은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지만 투명은 없는 게 아니라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 투명은 다른 존재들의 색상을 통해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기와 물이 그에 관한 약한 예이다. 그들은 투명한 것이 아니지만 빛이 투명한 것으로 실제 작용토록 해준다. 빛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투명한 것이 색깔과 같은 것인데, 불도 아니며 물질도 아니며 투명한 상태로 현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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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어둠도 없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없다고 사람들은 믿지만 일종의 잠재태의 형식이다. 없지만 존재하는 것이다. 빛이라는 색깔이 있을 때에는 어둠의 색깔은 존재하지 않지만 빛이 없음으로 그것이 현실태가 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색이 없는 것들 중에는 투명한 것과 비가시적인 것이 있다. 어둠은 그 자체가 그렇다고 믿어지듯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같은 본성이 어떤 때는 어둠이며 때로는 빛인 것이다.

모든 영웅 이야기가 그렇지만 <배트맨>은 특히나 그 가면을 통해서 자기 정체성에 얽힌 빛과 어둠의 혼재를 잘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영웅 이야기의 악당들과는 달리 그들은 언제나 자기 악의 기원을 밝히는 스토리를 달고 등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과 선과 악의 기원에 관한 심도 있는 질의 우리에게 던진다.

선(善)은 언제나 투명의 상징인 흰색이고 악은 언제나 어두운 색인가? 어두운 색은 언제나 악의 상징인가? 뉴에이지 사제들도 언제나 흰색으로 뒤집어 쓰고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법칙이 꼭 들어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어둠 가운데 빛, 빛을 밝히기 위해서 그림자처럼 숨어서 일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미덕이라는 점에서 배트맨은 여전히 언젠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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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명>과 <어둠>의 원리인 바, - 그것은 또한 성서가 규정하는 악의 본성이기도 하다 - 악은 하나님이 창조하지도 않았고 설치해둔 것도 아니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악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무적(無的)인 것, 즉 없다는 개념 속에서 존재한다. 또한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자신이 밝히신 자기 정체성은 “있다”(I AM) 즉, “없는 곳이 없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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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talogia